2005년 3월 11일 금요일

독기학설, 혜강 최한기로 가는 발판





독기학설
김용옥 지음/통나무

평소 혜강 최한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의 대표작인 기학이나 신기통, 추측록 등을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읽어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독기학설이라는 책에 대해서 말을 들었다. 기학이라는 책에 대한 독서감상문이라는 김용옥씨의 주장이었는데. 읽어보고 느낀 점은 혜강을 알기 위해서 입문하려는 나같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혹은 혜강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말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은 원래 단행본으로 발간하려는 글이 아니었고 어떤 학술지에 실을 학술논문으로 작성하였다고 한다. 그 학술지에서 이 글의 파괴력(학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리차드 도킨스의 [과학혁명의구조]로 인해 느꼈을 파괴력같은 느낌이었을 것 같다) 때문에 게재를 거부 당했다고 한다.

결국, 단행본으로 발간을 결심했고 내가 읽은 책은 1999년에 출시된 책에 몇가지 수정을 한 2판이다.

학술논문으로 작성되었던 글인 만큼 생각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다. 일단 의견을 뒷받침 하기위한 각주들이 꽤나 많은데, 각 각주들은 설명하는 주석도 있지만 대부분 참고문헌에 대한 언급이기 때문에 각 참고문헌들에 대해서 별다른 지식이 없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 참고문헌의 내용을 유추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리고 평소 한자를 읽을 기회가 없어서 거의 잊고 있던 한자들도 꽤나 나오기 때문에(물론 한글로 독음한 것도 있으나 아닌 경우도 많다) 독음 자체를 하지 못해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으며 한글로 나오는 단어라도 뜻을 몰라 사전을 뒤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평소에 어휘력의 부족을 느끼지 못했는데 김용욕씨의 어휘의 범위가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풍부한 어휘를 사용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렵게 말을 하기도 한다 ^^;).

글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서 서술되는데 첫번째 부분에서는 조선조의 철학의 흐름에서 우리가 실학이라고 알고 있는 부분이 실제로 존재했었는지 조선근대사의 많은 생각들이 실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존재했었는지를 따져본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리차드 도킨스의 [과학혁명의구조]를 읽고 느꼈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리차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에서 우리가 흔히 교과서에서 보는 변증법적인 과학 발전과정은 실제의 과학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며 오히려 각 시대에 존재하였던 수많은 생각들 중 하나가 주류를 이루고 있던 생각들을 대체하는 과정(주로 나이 먹어 죽음으로서)에서 패러다임 쉬프트(패러다임의 교체)가 일어난다고 이야기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에서 그런 과정을 기술할 때, 변증법적으로 한 이론의 취약점이 발견되고 그 이론을 보충한 반이 다시 원래 이론인 정과 합쳐져서 그 합이 다시 주류를 이루는 이론인 정이 된다는 알려져 있는데. 이런 형식을 사용하는 것은 실제로 실제적인 과정을 잘못 해석하였거나 후세의 배움의 용이성을 위함이라는 것이다(이 의견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실학의 실체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도올은 조선말에 살았던 혜강 최한기라는 사람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혜강는 주자학이라는 하나의 패러다임 안에서 계통을 이루던 대부분의 조선조 학자들과는 괘를 달리 했다는 것이다. 과학사의 패러다임 쉬프트와 같은 사건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연구를 하였으며 그 연구는 그 시점에서의 위대함 때문에 현실에서 조명해야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도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5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그 안에는 진실을 보기위한 씨앗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도올의 의견이 무조건 옮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던 그리고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그의 의견에는 대부분 동감한다.

기학이 새롭게 나왔다고 한다(2004년에 개정판이 출시되었다). 내가 어떤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지 흥분이 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 배움을 익히는 것처럼 즐거운 것이 또 있을까. 독기학설을 통해서 혜강 최한기의 생각에 접근 할 수 있는 발판을 쌓은 느낌이다. 멀게만 느껴져서 다가가기 힘들었던 벽에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다.

[인상깊은구절]
다산은 일생을 페리페리(주변)에서 살았다. 그렇지만 그의 모든 관심은 센타(중심)에 있었고 실제적으로 그의 행동은 센타에 영향을 주었다. 혜강은 일생을 센타에서 살았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항상 센타를 초월한 곳에 있었다.

2005년 3월 7일 월요일

프로그래밍에 관한 철학서








Art of UNIX Programming
Eric S. Raymond 지음, 김희석 옮김/정보문화사
유닉스나 리눅스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분야를 공부하다 보면 에릭 레이몬드라는 사람을 한번쯤은 접하게 된다.이책의 필자인 에릭 레이몬드는 유닉스/리눅스 공동체에 여러가지 공헌을 한 프로그래머로서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몇가지 사건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그 첫번째가 시장과 성당 이라는 글을 통해서다. 이 논문은 fetchmail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어떤 스타일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어떤 의의를 지니고 있는지 연구한 결과를 담고 있다. 두번째로 Open Source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한 면을 들 수 있다. 여러가지 의견이 있지만 그는 Open Source운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그 이외에도 몇가지 일들로 인해서 그는 유닉스/리눅스 공공체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 되었으며, 그 이외의 분야에서도 관심을 받 게 되었다.

평소에도 해커 사전이라고 불리는 Jargon File 등을 비롯한 다양한 문서들을 집필, 감독 하였고 활발한 집필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로 그가 작성한 문서들은 온라인으로 배포가 되었고 변동된 사항이 있으면 추가하여 문서가 업그레이드 되었다. "Art of Computer Programming"역시 온라인으로 존재하며 5년간에 걸쳐서 꾸준하게 작성한 결과물이다.

책은 흐름상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첫번째는 유닉스의 철학을 설명하는 부분이고 두번째는 그 철학이 어떻게 적용되며, 어떤식으로 작동하지는를 말하는 부분이다. 우리들이 흔히 배우던 교과서에서 보자면 삼각함수의 원리와 그 유례를 설명하는 첫 부분과 예제와 연습문제를 통해서 각 원리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우리는 어떻게 적용시켜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것과 같다.

특히, 두번째 부분에서는 성공적으로 유닉스 개발 철학이 적용되어 개발된 소프트웨어들을 살펴본다. 만일 독자가 자신의 프로젝트에 서 적용했을때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알도록 돕고 있다.

책에서 설명하는 유닉스의 철학은 비단 유닉스에서만 성립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거 전반적에 걸쳐서 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는 내용 들이다. 유닉스 공동체의 이런 철학들은 유닉스가 원래 좋은 소프트웨어고 공동체가 원래 훌륭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단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소프트웨어가 발전해 오면서 쌓이게 된 지식들이 집합되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철학을 탄생시킨 것이다. 분명 이 책에는 그런 지식들이 포함되어 있다.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건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 든 많든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책의 제본상태는 훌륭하지만, 몇 군데 오타가 있고, 조금 이해하기 힘든 번역(오역은 아니나 혼란스러웠다)도 준재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번역은 잘된 편이다.

이 책을 보면서 몇번이나 소리내어 웃었는지 모른다. 너무 재밌어서 지하철에서도 한손에 들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었다(책이 작 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용하던 프로그램, 내가 프로그래밍 할 때, 생각없이 했던 작업들에 그런 원리가 숨어 있다는데 놀랐고, 나의 프로그래밍 방법에 개선할 점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유닉스 프로그래밍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위에서 말한바와 같 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으며 어느정도 프로그래밍을 해서 자신만의 방법이나 생각같은게 잡힌 사람들에게는 중간 길잡으로써 좋을 거라 생각한다.

인터넷에 전문이 공개되어 있다.

Man of Month를 마치며

벌써 2020년 1월 14일이다. 19년의 마지막 달에 Man of Month라는 팀의 제도를 시작한다고 했었는데, 12월이 지나고 그 다음 달도 거의 절반이 흐른 것이다. MoM을 시작하면서 하겠다고 계획했던 것들도 실제 한 것들과 비교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