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9일 목요일

조엘의 생각을 들어보자





조엘 온 소프트웨어
조엘 스폴스키 지음, 박재호.이해영 옮김/에이콘출판

해외의 개발자 사이에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컬럼(혹은 웹로그)인 Joel on Software는 외국의 개발자 메일링 리스트를 구독하다보면 가끔 인용당하는(?) 그의 글로 인해서 내게도 익숙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철수 연구소에서 몇몇 글들을 번역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조엘테스트니 일별 빌드니 하는 것이 어느정도 익숙할 것이다. 다만 안랩에서 모든 글을 번역한게 아니라서 영어가 부족한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그의 블로그와 같은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간되었던 책이 번역되어 접하게 되니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예약 구매로 도착한 다음날에 다 읽어버렸다. 굉장히 직설적인 방법으로 이야기를 하는 그의 글은 시원한 느낌과 함께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특히 얼마전에 읽었던 The Art of Unix Programming과 여러모로 비교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직설적인 화법의 소유자답게 그는 레이몬드(TAOUP의 저자)의 의견에 동감하는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그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레이몬드는 TAOUP에서 GUI(Graphic User Interface)와 CUI(Console User Interface)를 이야기 하면서 GUI는 확장성이나 효율성등의 면에서 유닉스의 전통적인 CUI프로그램(pipe를 이용하고 한가지 용도에 최적화된)에 못미친다고 이야기 한다. 그는 CUI프로그램에 GUI로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방식이 더 유연한 방식이라고 보는데, 이에 대해 조엘은 CUI방식을 고입하는 것이야 말로 Usebility를 해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난 UNIX스타일의 개발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조엘의 생각은 내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근거 없이 GUI가 우월하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방식의 전개가 아니고 조엘 나름데로의 경험과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일견 그의 생각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타당점을 찾을 수 있었다.

분명히 다른 프로그램과의 인터페이스 측면이나 자동화 측면, 그리고 프로그램에 어느정도 익숙해질 숙련 사용자를 위한 면에서 CUI인터페이스 제공과(레이몬드 역시 무조건 적으로 GUI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CUI를 기반으로 하는게 어떨까 하는 의견이다) 텍스트 기반의 통신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가볍게 사용하는 라이트유저나 프로그램의 사용성(단순하게 사용하기 편리한) 향상을 위해서는 잘 설계된 GUI역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여기에서는 프로그램의 사용 환경에 따른 선택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며, 우리가 평소 이야기 하듯 상황에 따른 선택이 중요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GUI프로그램들이 CUI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직접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CUI인터페이스의 필요성을 느낀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작업을 자동화해서 여러 프로그램에게 협업을 시키게 한다는 부분이든지 프로그램을 테스트 할 경우에서 편리한 점이 많았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이견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어느 정도 정점에 선 사람들이 그렇게 다른 의견을 이야기 하는 것은 언제나 많은 교훈을 준다. 각자의 의견은 대부분 일리가 있고 나름데로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내 생각을 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조엘의 책에서는 그와 다른 개발자 사이의 이견들을 발견할 수 있고 각각의 주장들을 접할 수 있다(조엘은 대부분 상대 주장도 싣거나 출처를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접한 다른 주장들도 시간을 내서 알아보거나 읽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도 나오고 있지만, 조엘이 제시하여 상당히 유명해진 조엘 테스트 라는 것이 있다. 한 조직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12가지의 테스트를 만들었는데, 전체 몇 개의 테스트를 통과했는지에 따라 조직을 평가한다. 각 테스트마다 1점으로 12점은 완벽한 조직, 11점은 괜찮지만 10점 이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방법론이나 개발방법에 대한 테스트가 아니라 단순하게 조직의 질을 테스트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12점 만점을 받는 조직은 몇개 안될 거란 생각이 든다(솔직히 하나라도 있을까?). 물론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조엘 테스트 중에 적합하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조엘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은 더 높은 수준의 질을 유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조엘 테스트를 보면 새로운 기술에 민감하면서 조직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조직들이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도 그렇게 기민한 조직이 앞으로 생존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조엘이 블로그에 쓴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발간했기 때문인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생각이나 주제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조엘이 느끼고 생각한 짧은 글들을 하나씩 읽어가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비교도 해보고 조엘의 생각에 감탄도 하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이책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불어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 봤던 글이기는 하지만 종이로 된 책을 읽을 때의 감성적 느낌을 통해서 같은 글을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묘미일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Man of Month를 마치며

벌써 2020년 1월 14일이다. 19년의 마지막 달에 Man of Month라는 팀의 제도를 시작한다고 했었는데, 12월이 지나고 그 다음 달도 거의 절반이 흐른 것이다. MoM을 시작하면서 하겠다고 계획했던 것들도 실제 한 것들과 비교해보니...